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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풀면 반듯이 되돌아 오는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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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황금넝쿨
댓글 0건 조회 22,068회 작성일 11-08-09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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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 윗칸 중앙에 자리잡고 있는 호박 부침개 반죽
이걸 내손으로 굽지 않으면 며칠은 방치될 것이고 쉬어서 버려야 한다 
운동을 하고 들어와 밥을 먹고있는 두놈중 딸냄이에게 시키니 입만 삐죽할뿐 
전혀 움직일 기세가 없다
움직임은 싫어해도 굽어서 주면 양만큼 배는 채울거면서…
 
따뜻한 기온에 뜨거운 불을 피우자니 땀은 흐르고... 선풍기를 스테레오로 돌려놓고..
달궈진 팬에 반죽을 올리니 노랗게 익어가는것이 제법 먹음직 스럽게 보인다
굽는 즉시 접시는 비워가고... 속은 대충 채워진것 같은데 어중간하게 남기자니 버려질것 같고
이왕 땀 흘린김에 모두 구워서 옆집에 돌려 인심이라도 써 봐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여 팬 두개를 동시에 가동하여 노르스럼하게 익혀서 두개의 접시를 조금 채웠다
 
옆집에 이사온지 2년이 채 안된것 같은데 가끔 스치는 기회가 있음에 인사정도는 하고 지내는
5호에는 귀여운 꼬마들이 있는 젊은 부부인데.. 대문을 주먹으로 쿵쿵쿵 
창문에 불빛도 없고하여 없나 싶었는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고... 젊은아빠가 나온다
촌에서 가져온 호박으로 구웠는데 ...맛 보라고 가져왔습니다
뜻밖에 일인듯 접시를 받아들고 안으로 들어 갔는데 접시를 들고 나오는시간이
조금 지체되는듯 하더니... 접시위에 복수박을 담아 내오는 것이다
 
생각은 했으나... 막 익혀 낸 뜨거운 것을 봉지에 담기가 그래서 접시를 이용한 것인데 
너무 큰것으로 답이 오니 내가 더 당황해 진다.. 
받지 않을려고 몇번 거절을 했지만 안 받기도 어색한 상황.. 
얼마전에 촌에서 가져온 강냉이를 삶아  봉지에 담아 맛보라고 주었는데 이 호박부침으로 인해서
더 큰것으로 되 돌아온 것이다
 
7호에는 이사온지 몇개월 된 나와 비슷한 연배의 중학생이 있는 부부가 살고 있고
복도에 나와 담배쟂 가루를 터는것 외에는 서로 얼굴 붉힐일은 없을것 같은데.. 톡톡
착한 학생이 옆에서 인사를 하고 아주머니가 뜻박인 듯이 접시를 받는다
 
잠시후에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 촌에서 심은거라며 색깔감자를 봉지에 담아 왔다
 
잠시 흘린 땀의 댓가로 인해 나는 수지 맞는 장사를 했다…ㅎ
작은것을 주고 큰것으로 받았으니 이런 몇갑절 남는 장사가 어디 있겠는가...가끔씩 해 볼만 하다
 
서로 아는둥 마는둥 어색한 이웃으로 지내 왔는데 이런 작은 일들로 인해서 이웃과 가까워지고
선량하게 살아가는 이웃이라는걸 알게 된다
보잘것 없는 호박으로 인해 이웃간에 소중한 것들을 알게 되고
못생겼다고 구박만 받는 것이 이웃과 사람을 이어주는 소통의 역할을 잘 감당한 것이다
 
시골 논,밭두렁에 가보면 길게 뻗어나간 줄기에 제법 크게 달린 호박을 볼수있다 
구덩이를 파서 적당히 거름을 넣고 씨앗 두개를 꽂아두면 양 옆으로 
지들이 알아서 때깔좋게 울퉁불퉁한 모양으로 메달려 준다
버려두기 아까운 쓸모없는 자투리 공간... 모내기를 끝내면 농부의 철저한 계산속에 
그려진 전형적인 농촌 풍경중의 하나다
 
잦은 비로 자라지 못하는 채소들도 있지만... 간간히 비치는 햇쌀을 받고 
한여름의 간식꺼리로는 손색이 없는 토종 강냉이가 검뿕은 빛깔로 익어가고..
 
고구마 고추 마늘 감자 양파 참깨등은 밭 가운데 심어지는 주 종목들이고 
가지 오이 소풀 깻잎등 몇가지는 변두리에 심어지는 것들로 식구들이 나눠먹기에
충분할 정도로 제 역활을 충실히 하고 새벽시장에 내다 팔기도 한다
장마가 오기전까지 상추 열무배추는 시골 할머니의 쌈지를 채워주는 역할을 담당했지만 
때도 없이 내리는 비로 인해 씨를뿌려도 자라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촌에서 돌아 올때면 네 식구가 양손으로 들어야 할 만큼 쌀과 채소들이 풍요한 철이다
가져 오지 말라고 하지만 보관도중 썩여 버릴지라도 챙겨주는 것들을 가지고 와야만 한다
땀과 정성으로 길러낸것 외에 또 다른 그 무엇이 있기 때문이다
밭을갈고 싹을 튀우고 옮겨 심어서 밥상에 올라오기까지는 40~50일은 걸린다 
햇볕에 그을린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듣지 못하면 채소는 절대로 재대로 자라지 못한다
 
나는 더 많이 달라고 하는 이유도 있다.. 여기저기 주고 싶은곳이 많아서이기도 하다
고맙게 받는이들 말고는 정작 무겁게 들고와서는 나눠 줄곳을 고민한다.. 흔한 것들이기에 
마트에 가면 깔끔하게 포장하여 구할수 있는 풍요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기에
이런 채소들이 쓰레기 통으로 들어가는 불편을 주지는 않을까 싶어서...
 
이런 걱정을 얼마나 더 할수 있을까... 그리 오래 가지는 않을것 같다
시간은 촌부나 고상한 사람들이나 똑같이 주어지고 세월앞에 버티어 낼 장사는 없다
더 이상 챙겨주는 것을 받아 오지 못할때가 되어야만 아쉬움이 무언가를 진정 알게 될것이다
 
가능한 동안... 주는대로 가져오고 내것도 아닌것을 가지고 수지맞는 장사라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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